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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일반부 에세이 우수상 ㅣ계절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났던 시간

  • 2026-09-04
  • 기후에너지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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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일반부 에세이 우수상 ㅣ계절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났던 시간

나는 사육사로 일했었다. 지금은 그만두었지만, 그 시간만큼은 누구보다 계절을 가까이에서 느끼며 살았다.
사육사의 업무는 대부분 야외에서 이루어진다.동물들이 야외에서 생활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계절이 바뀔 때마다 황사와 미세먼지, 꽃가루, 장마, 폭염, 한파를 온몸으로 견뎌야 했다. 
물론 가장 먼저 계절을 견디는 건 동물들이었다.
특히 힘든 날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었다.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이 권고되는 날에도 사육사는 관람객을 응대해야 했기에 얼굴을 가리는 장비를 착용하기 어려웠다. 
뿌연 하늘 아래에서도 나는 현장으로 향해 동물을 돌보고, 관람객을 맞이해야 했다.
여름도 쉽지 않았다. 
폭염 속에서 유니폼은 금세 땀에 젖었고, 숨이 턱 막히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가장 마음이 쓰였던 건 토끼들이었다. 습기에 약한 토끼들은 비가 오면 실내로 옮겨야 했다. 
특히 소나기가 잦은 날에는 날씨가 수시로 변해 몇 번이고 토끼들을 이동시켜야 했다.
겨울이 오면 한파로 발끝이 얼어 동상에 걸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겨울이 더 힘들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계절성 우울증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일조량에 민감했다. 
흐린 날이면 마음이 가라앉았고, 햇살이 좋은 날이면 기분도 한결 가벼워졌다.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더워도 햇빛이 오래 머무는 여름이다.
지금도 흐린 하늘을 보면 동물들이 떠오른다. 너희도 계절성 우울증을 겪고 있을까. 
먼 나라에서 태어나 한국의 사계절을 살아가는 너희들은 길어진 폭염과 잦아진 집중호우를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계절에 흔들리는 나를 보며, 말없이 자연을 견디는 동물들의 하루를 생각하게 된다.
이제는 동물원을 떠났지만, 여전히 그곳에 있을 동물들을 위해 작은 녹색 실천을 이어 간다. 
내가 사랑했던 동물들이 조금 더 편안하게 사계절을 살아갈 수 있도록.